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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원수를 위해 상복을 입겠는가 누가 원수를 위해 상복을 입겠는가 맹자가 제나라 선왕에게 말했다. “임금이 신하를 손과 발처럼 소중하게 여기면, 신하는 임금을 자기 심장과 배처럼 소중하게 여길 것이옵니다. 또 임금이 신하를 말이나 개처럼 하찮게 여기면, 신하는 임금을 길에 지나가는 행인처럼 아무 상관없는 사람으로 여길 것이옵니다. 또한 임금이 신하를 땅에 흩어진 지푸라기처럼 천하게 여기면, 신하는 임금을 원수처럼 여길 것이옵니다.” 이 말을 듣고 선왕은 몹시 불쾌했다.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선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의례에 대한 옛 기록을 보면 예를 갖추어 ‘자기가 모시던 임금을 위해 상복을 입는다’고 했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임금이 신하에게 어떻게 해야 신하는 자기가 모시던 임금을 위해 상복을 입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 2023. 9. 24.
잔에서 넘쳐흐른 찻물 잔에서 넘쳐흐른 찻물 어려서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좋은 집안에서 자란 젊은 선비가 총총 빛나는 총기로 열아홉 어린 나이에 장원으로 급제했다. 그가 스무 살에 처음으로 나간 관직은 경기도 파주 군수였다. 그래서 그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어 기고만장하고 안하무인이었다. 그가 군수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파주 근처 산골 암자에 학문과 덕망이 높다는 무명 선사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흥, 나이가 많다지만 스님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내 가서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것이야.’ 그 다음날 산골 암자로 무명 선사를 찾아간 그가 물었다. “스님 군수인 내가 어떻게 해야 이 고을을 잘 다스릴 수 있겠소?” 도도하고 오만한 젊은 군수의 속마음을 읽은 무명 선사가 타이르듯 조용히 대답했다. “나쁜.. 2023. 9. 23.
바람은 언젠가는 멈춘다. 우리의 시련도 마찬가지 바람은 언젠가는 멈춘다. 우리의 시련도 마찬가지 오늘따라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마른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휩쓸리며 심하게 흔들린다. 초속 몇 미터나 되는 바람일까. 꽤 거세다. 이 바람이 지나가면 봄이 올 것이다. 마지막 겨울이 몸부림치는 것 같은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본다. 작년 오월에 나는 길거리를 걸어가다가 꼬끝을 자극하는 꽃향기를 맡고 잠시 멈춰 섰다. “아, 이렇게 좋은 향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는 걸까.”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도로변에서 조금 떨어진 야산에 있는 나무에 핀 하얀 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나무의 이름을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팝꽃 나무라는 것을 후에 알았다. 이팝꽃 향기는 바람을 타고 내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꽃향기는 사라지고 그곳을 지나면 매캐한 .. 2023. 9. 23.
하늘을 봐, 얼마나 푸른지 하늘을 봐, 얼마나 푸른지 마음이 울적하면 빛도 없는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서 세상과 격리된 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햇살 가득한 외부에 나가기보다는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 슬픔을 껴안고 있기 쉽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자칫 괴로움과 고통을 더욱 심화 확대하기 십상이다. 가끔 우리는 자신을 그렇게 방치해 왔다. 슬퍼지면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 계속 자신을 슬픔 속에 가둔 채 그것이 설령 더 큰 어려움과 극심한 절망을 불러온다고 해도 벗어나고자 하는 의욕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하늘을 하루에 몇 번이나 쳐다보는가. 나도 한동안 하늘 한 번 제대로 보지 않고 살았었다. 그 시절의 나는 어둠의 세계에 갇혀서 절망을 오징어처럼 씹었던 것 같다. 하루에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여유조차 없는.. 2023.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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