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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줄 아는 너그러움 기다릴 줄 아는 너그러움 우리나라에서 ‘삽질’이란 말은 원래의 사전적 의미보다 쓸데없는 행위를 일컫는 상징어에 가깝습니다. ‘삽질하다’는 문장의 형태까지 갖추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헛수고에 대한 안쓰러움과 함께 개념 없는 짓에 매진하고 있는 누군가에 대한 비아냥의 의미가 명확해집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불도저 앞에서 삽질하고 있네’라는 말은 그 자체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독립적이고 완결된 문장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적절하고 정당한 행위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불도저 앞에서의 삽질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그 삽질을 하고 있는 사람이 ‘나’ 일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삽질의 의미가 복잡해질 수밖에요. 삽질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개념 상실이 일반화된 환경 속에선 물리적 ‘삽질’을 경계.. 2023. 11. 17.
마음의 싹 틔우기 마음의 싹 틔우기 믿기 힘들겠지만 호랑이의 교미(交尾) 시간은 1회 30초에 불과합니다. 그런 형태의 하루에 20~30회나 한답니다. 한 번에 길게 할 수 있음에도 주변을 경계하는 습성 때문에 1회 교미 시간이 길지 못하다는 거지요. 앞발 한 방이 파괴력이 800킬로그램에 달할 정도로 무시무시하면 뭐 하나요. 자기 결대로 자신을 음미하지 못하고 토끼의 방식으로 사는데요. 설마 그럴까 싶지만 사람들이 나를 깊이 알게 되면 실망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들, 깜짝 놀랄 만큼 많습니다. 자신이 가진 품성이나 심리적 능력과는 아무 상관없이 호랑이가 그러하듯 습관처럼 그럽니다. 나 자신이 사람을 알면 알수록 실망하는 근본적 회의주의자라면 그 걱정 또한 말 됩니다. 내 마음 비춰 남의 마음이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 2023. 11. 16.
쓸데없는 자존심이란 없다 쓸데없는 자존심이란 없다 본인이 의식하든 못하든,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잘 안될 때를 대비해서 핑겟거리를 만들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날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일부러 잠을 덜 자는 식의 의식·무의식적 방법으로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실패를 방어할 구실을 스스로 만드는 일종의 자기 핸디캡 전략으로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습적 핑계쟁이 행태와는 조금 다른 차원인 인간의 무의식적 자기 방어기제에 가깝습니다. 자기 핸디캡 전략의 최종 목적은 자존심을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자존심은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려는 마음이라서 어떤 경우엔 내 자존심이 남들 눈엔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쓸데없는 자존심’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세상에 쓸데없는.. 2023. 11. 15.
자체발광 자체발광 심미주의적 문체가 독보적인 한 중견 소설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등단하기 직전까지 15년 동안 무려 40여 회나 신춘문예에 응모했답니다. 한 번도 당선 통보를 받지 못했지만, 당시 그는 심사위원들이 미치지 않는 한 당연히 4~5개 신문사에서 동시에 당선통보가 와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었다네요. 우체국에서 실수 없이 자신의 원고를 제대로 신문사에 전달 하기만 한다면 심사위원들이 미치지만 않는다면 틀림없이 자신이 당선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확고한 믿음. 많은 경우 30대에는 그런 기이한 자신감이 삶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나를 표현하는 일에서 현재의 사회적 직위나 재산 등 후광효과에 의지하기 시작합니다. 내적 자신감은 뒷전에 있고요. 전지현, 조인성, 심은하처럼 외적.. 2023.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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