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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 고양이의 야합

by santa-01 2023. 10. 23.

쥐와 고양이
쥐와 고양이

 

쥐와 고양이의 야합

야합처럼 더러운 것은 없다. 좋지 못한 목적으로 서로 어울리는 야합은 음산하고 치사하다. 이노행은 다산 정약용이 유배 10년째인 1810년에 지은 도둑고양이를 노래한 우화시이다. 이솝의 우화와 라 퐁텐의 우화 시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우화는 태양이나 신, 그리고 동·식물은 물론 삼라만상에게 인간과 같이 생명과 사유를 불어넣어 행동하고 말하게 하여 독자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주지만 그 속에는 쓰디쓴 교훈이라는 약이 들어 있다. 이노행은 나라의 곳간을 훔치고 백성의 고혈을 착취하는 부패한 고위 공직자를 도둑고양이로 풍자했다. 이를 보자 남산골에 사는 노인이 고양이를 길렀는데 오래되자 늙은 여우처럼 요사해져서 밤마다 고기를 훔쳐 먹고 항아리와 술병까지 뒤지는 등 못된 짓을 다했다. 노인은 도둑고양이의 목을 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하늘이 고양이에게 쥐를 잡은 막강한 권한을 준 것은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하늘이 고양이를 쥐잡이 대장으로 삼아 쥐를 죽일 권력을 주었고, 황금같이 반짝이는 두 눈과 보라매 같이 예리한 발톱과 호랑이처럼 톱날 같은 이빨을 주었다. 그런데 쥐는 잡지 않고 오히려 주인의 것을 도둑질했다. 쥐는 좀도둑이라 피해도 적은데, 도둑고양이는 힘도 세고 권세도 높고 마음까지 거칠어 못하는 짓이 없다. 이 도둑고양이는 쥐들로부터 뇌물을 받으면서 즐기고 있다고 통탄했다. “그러니 쥐 떼들이 이제 뭐가 무섭겠니, 구멍 밖에서 낄낄대고 수염을 흔들면서, 훔친 물건 모아다가 너에게 뇌물 바치고 태연하게 행동을 너와 함께 하는구나, 내 꼭 닮은 호사자도 더러 있는데, 졸개들이 떼쥐처럼 감싸고 호위하고 나팔 불고 북 치고 온갖 풍악 다 잡히고, 대장가 높이 들고 앞잡이가 되어 갈 때, 네 놈은 큰 가마 타고 교태를 부리면서, 떼쥐들 굽실대는 그거나 좋아하누나이 시에서 남산골 노인은 힘없는 백성이고, 늙은 도둑고양이는 부패한 고위공직자인 탐관이고, 쥐는 하위직 부패한 오리이다. 고양이는 쥐를 잡지 않고 쥐가 주는 뇌물을 받아먹고 우쭐대고 거드름 피웠다. 고양이와 쥐의 야합은 아이러니이다. 도둑을 잡아야 할 책무를 버리고 오히려 도둑들에게 뇌물을 받고 그들의 두목이 되어 떠받듦을 줄기는 더러운 야합을 풍자했다. 이는 우화가 아니라 다산이 살던 19세기 조선의 실상이었다. 이런 추악한 야합에 다산은 분노했다. “내 이제 붉은 활에 큰 화상 메워 네놈 쏴 죽이고, 그래도 쥐들이 황행 한다면 사냥개를 부르리다도둑고양이는 물론 쥐들마저 큰 화살로 쏴 죽이고 그래도 쥐들이 황행 하면 사냥개를 불러 모조리 잡아 죽이겠다고 했다. 탐관과 오리의 더러운 야합의 척결! 이것이 다산의 꿈이었다. 도둑고양이처럼 뇌물을 받아먹는 자나 뇌물을 주는 기업과 개인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야합으로 인해 우리는 작년 무더운 여름을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마음대로 틀지 못한 채 힘겹게 보냈다. 이 시를 읽으면 가슴이 시리고 아리다. 왜 그럴까? 인간 도둑고양이들이 아직도 있기 때문이다. - 선비의 보물상자, 김상홍, 고반, 2014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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