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를 만드는 무한 긍정의 힘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임신 중인 아이가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검사 결과를 받는 부부 이야기를 우연히 TV에서 보게 됐다. 부부는 아내가 노산이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낳아서 키우려 한다고 했다.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한다는 예비 엄마의 말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 선택이 얼마나 힘든 선택일지를 잘 알기 때문에 보낸 격려와 응원의 박수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부부에게 정말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를 해준 분이 나타났다. 불치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가 태어난 지 13일 만에 세상을 떠난 아기의 엄마였다.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장애 징후가 뚜렷했지만 아기엄마는 결국 조산을 했고, 부모는 예견했던 불행을 그대로 안고 태어난 아기를 대면해야 했다. 중증장애를 가진 아기지만, 아기를 보는 순간만은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하는 엄마, 결국 아기는 13일 만에 엄마 곁을 떠났지만 엄마는 말한다.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했기에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다고. 소중한 아이가 내 곁에 살아있는 것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아마 그것은 아이를 잃어 본 부모만이 깨닫는 것일지 모른다. 아이를 잃은 어느 부모가 그랬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아이는, 공부 잘하는 아이, 건강한 아이, 말 잘 듣는 아이가 아니라고, 그냥 곁에 있어 주는 아이였다고, 너무 늦게 찾아온 깨달음이었다.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 그걸 깨달았다면 분명 아이를 대하는 태도, 말 한마디가 평소와는 달랐을 것이고, 아이를 잃고 후회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부모의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내가 아이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평소에 아이들을 그렇게 대해야 한다는 사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을 실행하지 못할 때가 많다. 많은 부모들이 그런 실수를 한다. 특히 아이들이 부모 바람대로 되지 않을 때 그렇다. 육아법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대부분이 같은 실수를 한다. 자녀를 키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좋은 부모 노릇을 못하고 있다. 황수빈의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는 뇌전증을 앓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고통이 단어와 문장에 그대로 묻어나는 책이다. 우리는 사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 마치 삶의 밑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것처럼 느껴질 때 비로소 내 안에 숨어있던 지혜들을 만난다. ‘우리는 고통을 겪어야만 진정으로 영혼 속에 살게 된다.’고 했던 톨스토이의 말에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힘겨운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 아픔을 겪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철학자가 되어 간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이 성숙해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엄마의 길을 택해봄 직도 하다. 성숙한 사람이 되고 있는 나 자신만큼 훌륭한 훈장이나 스펙은 없다.” 이 책을 끝까지 일고 나니 앞서 말한 부모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가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라는 판정을 받아서, 아이가 희귀병을 가지고 태어나서 아이가 뇌전증을 앓고 있어서 경험하는 것들은 분명 무심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절대로 깨닫지 못하는 삶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주어진 삶을 불행이라 여기면 불행이고, 행복이라 여기면 행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아이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겠다는 결심. 좋은 아빠,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결심만으로 우리는 일순간에 생각과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아주 쉬운 일인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건, 우리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그렇게 조언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가 그런 역할을 한다. 무한 긍정의 힘을 얻은 작가가 힘겹게 얻어낸 행복한 육아에 대한 기록이 고된 육아를 하는 많은 부모들에게 힘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생각 깨우기 연습, 안성진 지음, 도서출판 판타래, 2018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