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를 산 청년
어느 마을에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난 여자가 있었다. 신실한 유대교인 그녀의 부모는 딸이 결혼 적령기가 되었기 때문에 좋은 사윗감을 찾고 있었다. 이웃 마을에 부자는 아니지만 성실하고 품성이 바른 부모 슬하에서 자란 청년이 살고 있었다. 그는 성서의 계율을 제대로 익히고, 하루도 빠짐없이 시너고그에 나가는 훌륭한 청년이었다. 딸의 부모도 이 청년이 마음에 들어 결혼이야기는 성사되었다. 딸의 부모는 그 청년에게 시장에 나가 결혼에 필요한 혼례품을 사라며 돈을 건네주었다. 이에 청년은 혼례품을 사기 위해 시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시장에 가던 도중 어디선가 아름다운 멜로디가 들려왔다. 청년이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 보니 양치기 목동이 하프를 연주하고 있었다. 청년이 목동에게 말했다. “그 멜로디를 저에게 가르쳐주십시오.” 그러자 목동이 대답했다. “100셰겔(이스라엘의 화폐단위)을 주면 가르쳐 주겠소” 100셰겔은 거금이었지만 청년은 망설임 없이 돈을 지불하고 멜로디를 샀다. 얼마 후 시장에 도착해서 물건을 사려다가 청년은 방금 전에 사들인 멜로디를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청년이 급히 목동에게 돌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시 가르쳐달라고 하자 그가 방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100셰겔을 주면 다시 가르쳐주겠소” 청년은 하는 수 없이 또 한 번 100셰겔을 지불하고 멜로디를 샀다. 그 뒤 혼례품을 구입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번에는 아까와는 다른 멜로디가 들려왔다. 아까 사들인 곡의 뒷부분이 분명했다. 목동에게 달려가 멜로디를 가르쳐달라고 하려던 청년은 이미 혼례품을 사느라 돈을 다 써버렸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청년이 말했다. “100셰겔 대신에 내가 산 혼례품을 전부 드리겠소” 이에 목동은 곡의 뒷부분을 알려주었다. 약혼자의 집에 도착하자 딸의 부모가 무엇을 사 왔느냐고 물었다. 청년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사는데 돈을 다 썼기 때문에 혼례품을 사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자 악혼자의 부모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 딸에게 어울리는 결혼 상대로군” 청년은 자신의 하프를 열심히 연습해서 목동에게 배운 멜로디를 연주하여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가르쳐주기도 하면서 마을에 행복한 기운을 전파했다. 세월이 지나 청년도 나이를 먹어 천국에 가게 되었는데 그가 도착한 천국에서는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사람들에게 연주해 주었던 멜로디가 연주되고 있었다. 청년의 영혼은 그 멜로디를 들으며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었다. - 곁에 두고 읽는 탈무드, 이즈미 간지 지음, 성윤아 옮김, ㈜홍익출판사, 2016 참고문헌
영화의 문화적 가치를 꿰뚫은 유대인의 안목
위 이야기에서 유대인 청년이 사들였다는 멜로디는 음악, 예술, 연극, 발레 등 문화예술 활동이나 학문을 가리키는 것으로 정신적 활동은 금전이나 도구와 같은 물질적인 것보다 월등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젊은이는 멜로디라고 하는 형태가 없는 것에 혼례품을 사들일 소중한 돈을 써버렸다. 그로 인해 결혼 자체가 깨질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는 오히려 달의 부모로부터 칭찬을 받고 종국에는 신으로부터 최고의 안식을 선물 받는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오늘날 서구의 음악세계에서는 연주가부터 프로듀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활기차게 활동하고 있다. 구약성서에는 음악과 관련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하고 오페라에 구약성서를 소재로 한 것들이 많이 있어 음악이야말로 유대인이게 가장 친근한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영화는 유대인과 함께 발전해 온 역사가 있다.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의 영화계를 주름잡는 7대 영화사가 세계의 영화산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그 회사들의 창업자가 하나같이 동유럽에서 건너온 유대인 이민 1세, 2세였다. 예를 들어 미국 최대의 유니버설영화사는 독일계 유대인 칼 레믈리(Carl Laemmle)가 창업자다. 유니버설과 쌍벽을 이루는 파라마운트영화사의 창업자인 아돌프 주커(Adolph Zukor) 역시 헝가리계 유대인이다. 모두 유대인들이 창업한 회사다. 영화감독으로는 대표적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유대인이고, 할리후드의 유명한 스타들 중에도 수많은 유대인이 있다. 유대인들이 특히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물론 비즈니스가 된다는 선견지명 때문이지만, 여기에 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를 널리 알려 사람들에게 오락을 제공하고자 했던 포부도 담겨 있다. 유대인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내용에서는 종교색을 철저히 감추었는데, 이로써 저렴한 가격에 즐거운 오락을 제공하는 영화가 전 세계로 널리 퍼져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최고의 예술 장르로 발전했다. 음악, 예술, 영화 등 무형의 재산의 가치를 예찬하며, 그것을 비즈니스와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유대적인 가치관이다. 어려서부터 폭넓은 교양을 쌓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생활태도가 오늘의 유대인 들을 예전과 변함없이 최고 부자의 반열에 서게 한다. - 곁에 두고 읽는 탈무드, 이즈미 간지 지음, 성윤아 옮김, ㈜홍익출판사, 2016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