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자선은 베푸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것이다.

by santa-01 2023. 9. 1.

 

기부
기부

진짜 자선은 타인의 존엄을 지켜주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사회적으로 저명한 두 친구가 길을 걷다가 거지를 만났다. 한 친구가 거지에게 돈을 주었다. 그러자 같이 가던 친구가 말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돈을 주려면 차라리 안 주는 편이 더 나았을 걸세.” 탈무드나 유대인들의 격언에는 타인에게 어떻게 돈을 베풀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치는 말들이 많이 등장한다. 남에게 돈을 베풀 때는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받는 사람이 동정을 받는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어쩔수 없이 돈을 베풀 때는 그냥 주기보다는 빌려주는 형식의 편이 좋다. 이렇게 되면 빌려주는 쪽도 빌리는 쪽도 대등한 위치이기 때문에 상대가 비참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갚으라고 재촉해서는 안 된다. 원래 베풀려는 의도였기 때문에 돌려받을 수 있을 때 돌려받으면 된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뭔가를 베풀면 베푼 쪽은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받은 쪽은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된다. 더구나 여러 사람 앞에서 그런 일을 겪는다면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탈무드는 다른 사람을 비참한 기분이 들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가르친다. 그렇기에 자선은 숨어서 행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특정한 사람에게만 돈을 베풀지 말고 거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돈을 나눠주라고 한다. 유대인들이 믿는 신은 돈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히 약자의 편에 선다. “돈을 빌린 사람의 집 안으로 들어가 담보를 잡아서는 안 된다. 굳이 담보를 받으려고 한다면, 밖에서 그가 담보를 가지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돈을 빌린 사람이 옷이나 침구, 생활용품을 내주었다면 저녁에는 그 사람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특히 남편을 잃은 여성의 옷을 담보로 잡아서는 안 된다.” 돈을 빌려주고 받는 데 세심한 방법까지 기록하고 있는 구약성서의 이러한 계율은 하나같이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선 것이다. 이런 계율을 오늘날의 금융법으로 해석하면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 “제로금리 대출, 담보 강요 행위의 금지, 가재도구의 담보 금지, 대출한 지 7년째가 되면 추가 대출분을 포함한 모든 대출금 시효 소멸하지만 오늘의 세상에서 이런 계율을 지킨다면 금융업은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오늘날 있는 자들에게만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들은 가난한 젊은이들에게 가난은 자기책임이라는 차가운 질책만을 퍼부을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돈을 빌려주는 쪽이 갑이고 빌리는 쪽은 을인데, 아예 빌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은 더더욱 약자가 된다. 바로 이런 시스템이 젊은이들의 희망을 빼앗고 살아갈 의욕을 잃게 만든다. 언론에서는 사상 최고의 불경기라고 떠들어대지만 진정 문제는 젊은이들로부터 희망이나 의욕을 빼앗는 부자들은 우대하는 시스템 그 자체다. 몇 년 전에 내 친구의 아들이 하버드대학 비즈니스스쿨에 합격해서 학비 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도쿄 시내의 은행들을 신발이 닳도록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러나 담보도 없고 대기업 사원증도 없는 그에게 아무 조건 없이 돈을 빌려주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가난한 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라는 구약성서의 가르침은 일본 사회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내 친구의 아들은 미국의 어느 독지가가 건네준 장학금으로 하버드대학 비즈니스스쿨에 무사히 입학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까지 했다. 유대인으로만 알려진 그 독지가는 끝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덕행은 숨어서 행하라는 탈무드의 가르침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매스컴에서 누가 얼마를 기부했다는 뉴스가 봇물을 이룬다. 마치 경쟁을 하듯이 유명인사들이 기부금액을 높이며 매스컴에 등장하고, 그러면 사람들은 그들이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칭송한다. 하지만 그렇게 이름을 드러내며 기부하는 행위에 진심이 담겨 있을까? 유대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대인들은 기부를 할 때는 현지로 달려가 상대를 직접 만나 나누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를 체다카(Tzedakah)’라 부른다. 유대인들에게 전통적으로 어릴 때부터 적은 돈을 저금통에 모으는 습관이 있다. 이때의 저금통이 바로 체다카. 원래 신앙에 근거한 기부를 의미하는 체다카는 처음부터 순전히 기부를 위한 저금통으로, 가득 차게 되면 가난한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금으로 보낸다. 체다카는 신앙에 근거한 기부이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당연히 해야 할 행위인 하나의 의무로 여긴다. 당연한 의무를 행하면서 뭔가 큰일을 했다는 듯이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그것은 우스운 일이다. 자선이란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냥 빌려주는 것이고, 게다가 돌려받는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태도 하나만으로도 유대인과 우리의 금전관에 차이가 드러난다. 누군가에게 어쩔 수 없이 돈을 베풀 때는 그냥 주기보다는 빌려주는 형식을 택하는 편이 좋다. 이렇게 되면 빌려주는 쪽도, 빌리는 쪽도 대등한 위치이기 때문에 상대가 비참해지지 않는다. - 곁에 두고 읽는 탈무드, 이즈미 간지 지음, 성윤아 옮김, 홍익출판사, 2016 참고문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