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잡으면 사람이 달라지는 이유
운전 중에 교통이 정체되면 누구나 조급한 마음이 든다. 보행자가 파란불에 건너고 있는데도 ‘왜 일부러 내 차 앞에서 느릿느릿 걸어가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고,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오면 ‘왜 저렇게 오락가락하는 거야’라며 짜증을 부린다. 운전하는 사람은 아마 잘 알 것이다. 이때는 생각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입 밖으로 자신의 불평을 꺼내 놓는 일이 많기 때문에 동승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엔 온순하다가 운전대만 잡으면 사람이 달라지더라’는 평가도 따라오게 된다. 운전 방식과 언어가 평소의 언행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운전하면 누구나 인격이 달라지게 된다. 그것을 ‘모터리제이션 현상’이라고 한다. 차 안은 자신의 퍼스널 스페이스(세력권), 즉 ‘자신만의 개인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눈에 비치는 풍경은 모두 영화의 한 장면이다. 운전하고 있는 자신도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런 감각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사회적인 관계를 차단하고 자신만 차별화된 존재로 의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많든 적든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자기 이외의 자동차나 보행자, 그리고 자전거에 대해서도 불만을 느낀다. 누구라도 그럴 수 있는 일이니까 친구나 아는 사람이 그런다고 해서 오해하지 않는 게 좋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곧바로 사회적인 의식을 되찾을 테니까 말이다. -상대의 심리를 읽는 기술, 시부야 쇼조 지은이, 은영미 옮김, 아라크네, 2010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