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을 추구하려다 일을 뒤로 미루고 있다면
해야 하는 일은 자꾸 뒤로 미루다 후회한 적이 있나요? 나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봄에 한 출판사로부터 ‘우리 시대의 인지행동요법’이라는 주제로 원고 의뢰를 받았습니다. 7월 초에 발행 예정인 인쇄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계절에 맞게 ‘여름의 들꽃처럼 드러내지 않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 ’나‘를 찾도록 돕는 것이 우리 시대에 요구되는 인지행동요법이다’라는 취지의 수준 높은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컴퓨터 앉으면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마감일까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라는 생각에 유튜브를 보며 한가로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마감은 점점 다가왔고 다시 한번 ‘최고의 글을 쓰겠다’고 기세 좋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유튜브를 보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름 들꽃은 이미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마감일이 지나도록 원고를 쓸 수 없었습니다. 이후 그 출판사로부터 원고 의뢰는 오지 않았습니다. 미루기는 마치 마약과 같습니다. 일시적으로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기 때문에 안심이라는 쾌락을 얻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문제를 일으켜 그 사람의 평가를 깎아 먹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을까?’라며 자책하고 후회하게 만듭니다. 나는 오랜만에 들어온 원고 의뢰에 의욕이 넘쳐서 실력 이상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수준 높은 글을 쓰는 니’를 상상하는 것은 즐겁기만 합니다. 하지만 결국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이때 ‘수준 높은 글을 쓰지 못하는 나’를 인정하고 목표를 낮추어 시작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내 마음속에 ‘최고의 글’이라는 완벽주의와 ‘이러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완벽주의와 고정관념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도, 유연하게 대응하지도 못하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 안에서 ‘뒤로 미루고 마는 나’를 발견했다면 그런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먼저 자기 마음속에 있는 완벽주의와 고정관념을 찾아 그것을 조금씩 바꾸어 나갑시다. 목표를 낮추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간단한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이번에 한 가지를 해냈다면 그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이 또 보일 겁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말이죠.” - 마음 스트레칭, 시모야마 하루히코 지음, 손민수 옮김, ㈜리스컴, 2021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