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감이 빠른 데는 이유가 있다.
주간지나 여성 월간지 등을 보면 ‘남편의 바람을 파악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곤 한다. ‘넥타이가 갑자기 화려해지지 않았는가’‘남편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지 않았는가’‘낯선 향수 냄새가 나지 않는가’등의 체크포인트가 상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도 아마 남편의 변화를 쉽게 눈치챌 것이다. 알다시피 여성의 직감은 매우 날카롭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심했는데 어떻게 들켰을까?”“누리 집사람의 관찰력은 정말 놀라워.” 이런 식으로 혀를 내두르는 남편들이 아마 많을 것이다. 앞의 내용과 연관시켜 말한다면, 남성에 비해서 여성 쪽이 디코딩 능력이 높기 때문이다. 몇 가지 심리 실험에서도 이것을 증명하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디코딩 능력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육체적, 사회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입장이 약한 데 있다. 상대방의 심리를 빨리 읽고 대처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본 의식이 심리에 깔려 있다. 그래서 디코딩 능력이 발달했다는 설도 있다. 타인에 대한 관심도가 여성 쪽이 강한 것은 여성들이 소문을 즐기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침 TV 프로그램에 연예인을 비롯해 유명인들의 소문과 사생활을 밝히는 내용이 많은 것은, 가정주부의 주된 관심과 기호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결과다. 물론 언론이 그런 상황을 만든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또 하나의 여성의 사고방식 자체가 구체적인 점을 들 수 있다. 예컨대 쇼핑 금액 계산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빠르다. 그런데 수학은 남성이 더 좋아하는 경향이 짙다. 요컨대 사물을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은 남성, 구체적인 사고 능력은 여성이 우수하다는 의미이다. 상대방의 언행을 제대로 디코딩하려면 단서가 되는 표정과 행동의 세밀한 요소를 눈치껏 알아차려야만 한다. 게다가 단서가 될 정보가 많은 쪽이 정확한 결과를 얻기 쉬운 것이 당연하다. 이런 이유로 구체적인 사고에 강한 여성이 감을 더 예리하게 잡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은 ‘대충’‘왠지 모르게’‘전체적으로’‘분위기로’라는 형태로 판단하게 되고, 이것이 디코딩에 실패하는 원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 상담가, 점술가, 카운슬러, 테라피스트 등의 분야에서 여성이 많은 활약을 하는 것도 납득이 된다. 원래부터 여성의 적성에 어울리는 일인 것이다. 한편 여성의 뛰어난 디코딩 능력이 오히려 해가 될 때도 있다. 세세한 사항에만 사로잡힌 탓에 전체적인 판단을 그리치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엔 여성의 역할이나 지위가 사회적으로 향상되어 많은 이들이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결혼 사기꾼에게 속는 여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여자의 감’이 상대방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오히려 눈을 흐리게 만드는 방해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심리를 읽는 기술, 시부야 쇼조 지은이, 은영미 옮김, 아라크네, 2010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