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기억하는 나
공중목욕탕의 탕 속에 누군가 갓난아기를 데리고 들어오면 분위기가 단번에 평화로워집니다. 서먹하게 마주하고 있던 사람들이 아기를 중심으로 가족처럼 재구성되는 느낌마저 듭니다. 총알이 핑핑 날아드는 전쟁터 한가운데 아장거리는 아기가 등장하니 잠시 총성이 멈추는 영화의 한 장면, 과장 아니다 싶습니다. 모든 아기에게는 막강한 치유적 힘이 있습니다 그건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치유적 힘의 원형적 형태일지 모릅니다. 누구나 한때는 다 아기였으니까요 그 자체로 치유적 존재였으니까요. 어느 연쇄살인범이 사형이 집행되기 전날 엄마와 마지막 전화 통화를 하며 “아직도 내 안에는 엄마가 기억하는 나도 있어”라며 흐느꼈다지요. ‘엄마가 기억하는 나’란 치유적 기운을 내뿜은 인간의 심리적 원형일 겁니다. 살다 보면 치유적 존재의 도움이 절실해 두리번거리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 그것은 파랑새 찾기처럼 내 안에 있는 ‘엄마가 기억하는 나’를 찾는 과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깊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기억하는 ‘나’를 떠올리는 바로 그 순간, 모든 인간은 치유적 존재가 된다고 저는 느낍니다. - 홀가분, 정혜신·이명수 글, 전용성 그림, 해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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