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석류 이야기
어느 곳에 의좋은 삼 형제가 살고 있었다. 형제가 모두 어른이 되었을 때 10년간 각자 흩어져서 수행을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한 사람은 동쪽으로, 한 사람은 서쪽으로, 또 한 사람은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형제들은 길을 떠나기 전에 모여 맹세를 했다. “10년 후에 자신이 발견한 신기한 것을 가지고 이 집에서 다시 만나자.” 동쪽으로 간 첫째는 어느 여행객에게 세계를 모두 볼 수 있는 신기한 유리컵을 샀다. 이 컵으로 세상을 보면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보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맏형은 동생들이 어떤 물건을 가지고 올지 모르지만 자신의 컵이 세계최고의 신기한 물건이 틀림없다고 믿었다. 서쪽으로 간 둘째는 어느 마을에서 융단 장수를 만났다. 둘째가 그에게 융단을 가리키며 얼마인지 묻자, 신기하게도 융단이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둘째는 너무 놀라 융단 장수에게 물었다. “융단 밑에 쥐라도 들어 있습니까?” 그러자 융단 장수가 코를 실룩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절대 아닙니다. 이 융단은 살아 있습니다. 하늘 높이 날 수 있죠. 여기에 올라타면 어디든 새보다 빨리 날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사지 않으면 바로 팔려버릴 겁니다.” 둘째는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있는 융단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물건이다 생각해서 거금을 주고 융단을 샀다. 그 역시 자신의 물건이 다른 형제들 것보다 빼어난 물건이리라 확신했다. 남쪽으로 간 막내는 어느 숲을 다다랐다. 한참 숲을 헤쳐나가자 한 그루의 석류나무가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석류나무는 꽃을 잔뜩 피운채 열매는 단 하나만 달려 있었고, 더구나 그 열매는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그는 이상하게 생각하여 열매를 따기 위해 손을 내밀었는데 신기하게도 열매가 저절로 손바닥에 툭하고 떨어졌다. 그러더니 동시에 피어 있던 꽃 하나가 갑자기 새빨간 석류 열매로 변하는 게 아닌가. ‘음, 이것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신기한 것일 거야. 이 나무를 가지고 돌아가야겠다.’ 막내는 이 석류열매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것이라고 믿고 소중히 간직했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고향에 돌아온 삼 형제는 각자 가기고 온 것을 자랑스럽게 내놓았다. 세계 구석구석 내다볼 수 있는 유리컵을 들여다보니 어느 나라의 공주님이 중병에 걸려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왕이 옆에서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공주의 병을 고쳐줄 사람이 없단 말인가. 당장 의사를 찾지 못하면 우리 공주가 죽고 말 텐데...” 이에 삼 형제는 둘째가 가져온 마법의 융단을 타고 당장 공주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막내가 석류를 먹으면 병이 깨끗이 나을 거라며 석류 열매를 반으로 잘라 공주에게 내밀었다. 한 입, 두 입, 석류 열매를 먹은 공주는 곧이어 얼굴에 붉은 혈색이 돌았고 마침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에 왕이 감격에 차서 삼 형제에게 말했다. “그대들 덕분에 공주의 병이 나았구나. 그대들 중에 누구든 공주와 결혼하는 것을 허락할 테니 셋이서 잘 의논해 누가 좋은지 정하도록 하라.” 이때 공주가 세 사람에게 질문할 게 있다며 먼저 첫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세상 구석구석 보이는 유리컵으로 내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 알아냈습니다. 그 유리컵은 지금도 원래 모양 그대로입니까?” 맏형은 그렇다며 머리를 끄덕였다. 공주가 이번에 둘째에게 물었다. “당신은 마법의 융단을 타고 제가 있는 곳으로 빨리 와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융단은 지금도 하늘을 날 수 있습니까?” 둘째는 그렇다며 머리를 끄덕였다. 공주가 마지막으로 막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제게 석류 열매를 먹게 하여 병을 낫게 하셨습니다. 그 석류의 열매는 이전 다릅니까? 막내는 낭패라는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대답했다. “공주님께 절반을 드렸기 때문에 지금은 나머지 절반 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자 공주가 큰 소리로 말했다. “저는 이분과 결혼하겠습니다. 이분은 저를 위해 소중한 석류를 절반이나 기꺼이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 곁에 두고 읽는 탈무드, 이즈미 간지 지음, 성윤아 옮김, ㈜홍익출판사, 2016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