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나도 있지만 남도 있다.
제가 아는 한 건축가는 ‘자연 속에 건물을 지을 때 자연에게 미안한 듯 건물이 살짝 들어서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축에 꼭 필요한 공간만큼만 나무와 풀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마치 꽂아 넣듯 건물을 앉힙니다. 그래서 그가 자연 속에 지은 건물들은 벼랑 끝에 걸려 있거나 숲 한 귀퉁이에 새색시처럼 다소곳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건축물에 대한 전문적 평가와는 별개로 저는 그 건축가가 주객(主客)의 개념을 혼동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이 끌립니다. 그에게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원주민을 몰아낸 뒤 원래부터 자신들이 그 땅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정복자들의 주객전도 식 무례함이나 이기심이 없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한 학자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데만 몰두하는 경제 인간을 가리켜 ‘합리적 바보’라고 지칭합니다. 그들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 내가 취해야 할 것과 양보해야 할 것 사이의 경계가 아예 없거나 알면서도 무시합니다. 주객이 뒤바뀐 현상을 합리적 경제 행위로 포장합니다. 내 이익의 극대화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당연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파장을 알 길이 없습니다. 합리적 바보가 되지 않는 비책, 간단합니다. 세상에는 나도 있지만 남도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각성하는 것입니다. - 홀가분, 정혜신·이명수 글, 전용성 그림, 해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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