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라.
애거시 크리시티는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다양한 독자층을 거느리고 있는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다. 어느 날 저녁, 크리스티가 파티에 초대받아 참석했다가 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녀는 인적이 끊긴 어두컴컴한 길을 걸음을 재촉하며 혼자 걸어갔다. 그때 갑자기 전봇대 뒤에서 손에 칼을 든 낯선 남자가 튀어나와 크리스티를 덮쳤다. 크리스티는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원하는 게 뭔가요?” “잔말 말고, 귀고리를 빼서 이리 내놔!” 크리스티는 잔뜩 긴장했던 얼굴을 누그러뜨리고, 외투의 옷깃으로 목걸이를 감추며 한 손으로 귀고를 뺐다. 그녀는 귀고리 두 짝을 땅바닥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가져가요, 이젠 가도 되죠?” 그러자 강도는 애써 목걸이를 감추려는 그녀의 행동을 수상쩍게 보더니 “목걸이도 빼!”라고 요구했다. 크리스티는 애원했다. “이봐요, 이건 몇 푼 되지도 않은 싸구려예요. 내가 간직할 수 있게 해 줘요.” “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말고, 어서 내놔!” 그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목걸이를 빼 건네주었다. 강도가 자리를 뜨자 그녀는 잽싸게 땅에 떨어진 귀고리를 주웠다. 사실 옷깃으로 목걸이를 가리면서 귀고리를 뺀 것은 일부러 강도에게 보이기 위해 그녀가 꾸민 자작극이었다. 강도가 가지고 간 그녀의 목걸이는 겨우 6파운드 정도 하는 싸구려였고, 땅에 내팽개쳤던 금귀고리는 시가로 980파운드에 달하는 값비싼 보석이었다. 강도의 시선을 목걸이 쪽으로 돌려놓음으로써 귀한 귀고리를 지켜낸 그녀의 재치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위험에 처했을 때 극단적인 반항과 순종은 모두 상책이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요령 있게 상대방의 주의를 다른 데로 옮기거나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 방법이야말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위험한 상황을 순탄하게 모면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 성공하고 싶을 때 일하기 싫을 때 읽는 책, 바이취엔전, 강경이 옮김, 도서출판 주변의 길 & 새론북스, 2007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