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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by santa-01 2023. 9. 27.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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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어떻게 하면 시간과 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빠르게 세상을 넘나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몰두하는 우리에게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주는 책이 있다. 독일 작가 스텐 나돌니가 쓴 <느림의 발견>이라는 소설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영국의 실존 인물인 존 프랭클린을 모델로 해서 썼다. 존 프랭클린은 영국의 해군 소장이자 탐험가였다.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고, 지금의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인 반 디멘즈랜드의 총독을 지냈다. 하지만 탐험가로서는 패배자에 가까웠다. 북서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북극 탐험을 세 번이나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채 항로 중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지리상의 대발견 시대였던 18~19세기. 미지의 땅에 첫발을 디뎌 수많은 보물과 식민지를 획득한 유럽의 탐험가들은 대중으로부터 끊임없는 부러움과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존 프랭클린은 성공보다는 실패로 명성을 얻은 특이한 탐험가였다. 세 차례에 걸친 그의 북극 탐험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호주 태즈메이니아 총독으로 유배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그는 죄수들의 인권을 중시하고, 원주민 보호구역을 만드는 등 약자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다가 기득권자들에 의해 좌초된 후 본국으로 송환되었다. 그런 프랭클린을 스텐 나돌니는 패배자가 아닌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 사람으로 재해석했다. 무조건 빨리빨리만 외치는 사람들은 절대 얻을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그를 본 것이다. “존 프랭클린은 열 살이나 먹었는데도 공하나 제대로 잡지 못할 만큼 동작이 느렸다.”라는 소설의 첫 문장이 암시하듯, 존 프랭클린은 어려서부터 말과 행동이 느려서 항상 따돌림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사물을 더욱더 꼼꼼하고 치밀하게 들여다볼 기회와 깊은 성찰을 할 수 있게 했고, 북극탐험가의 꿈을 키우게 했다. 스텐 나돌니는 그것을 침착함, 인내, 평화애호, 선량함의 코드로 읽으며, 프랭클린의 느림에 주목했다.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포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입니다. 몇 년은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으니까요.” 이를 통해 스텐 나돌니는 한시라도 빨리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개발된 신기술이 우리의 삶을 점점 옥죄여 오고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고속열차 안에서 창밖을 보면 과연 무엇이 보일까. 이론적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물체에서 반사하는 빛에 의해서 물체를 인식하는데, 물체가 이미 사라져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이 빨리 가려는 만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 알을 깨고 나오려는 병아리가 있다. 한 시간, 두 시간... 비록 더디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껍질은 조금씩 깨져나간다.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기만 해도 금방 이때 병아리가 안쓰럽다며 한쪽 껍질을 살짝 떼어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병아리에게 한없이 고마운 일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도움을 받은 병아리는 자신의 힘으로 끝까지 껍데기를 깨고 나온 병아리보다 쉽게 병들고 쉽게 죽는다. 혼자 힘으로 힘든 과정을 겪은 병아리가 훨씬 자생력이 높기 때문이다. 마음이 바쁘고 감정이 격해 있을 때는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기껏 일해도 치명적인 실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는 너무 가까이 있지 마라. 그렇다고 너무 멀리 있지도 마라.”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당신의 거리감은 어떤가?” 누구나 상대와의 거리를 잘못 측정해서 낭패를 본 경험이 몇 번쯤은 있을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냈는데 뒤통수 맞거나, 겉모습만 보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멀리했는데, 세상에 둘도 없을 만큼 진실하고 착한 사람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앞서 말한 병아리처럼 섣부른 도움이 오히려 상대에게 큰 피해를 준 경험도 있을 것이다. 농부는 씨앗을 뿌릴 때 일정한 간격을 둔다. 씨앗이 자라서 뿌리와 잎을 마음껏 뻗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땅의 자양분을 흡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 삶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답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빨리 처리하는 것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 모든 일에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조급함은 일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또한 바쁠수록 돌아가야 한다. 먼 길을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 길이 바로 우리가 그렇게도 원하던 지름길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삶에 있어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목표를 향해 남보다는 더 빨리 움직이고, 더 일찍 도착한다는 것은 그만큼 앞서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남보다 더 많이 성취한다는 건 그만큼 부유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의 성공과 행복이 반드시 속도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도착점이 자신의 가고자 했던 목적지라면 상관없지만 그저 경쟁에 취해서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면 아무리 일찍 도착한들 아무 소용없다. 미국 농구의 전설 마이클 조던은 30살에 은퇴를 선언한 후 마이너리그 야구선수로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복귀를 선언했다. 아들로부터 농구를 가장 잘하는 사람은 샤킬 오닐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최고 선수라는 것을  아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도전할 목표가 생기면 경기를 갈망하며 더 노력하게 된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어떤 일을 하든지 목표를 달성하는데 이보다 뛰어난 방법은 없다.”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따라서 속도 이전에 방향’, 목적이 선행되고 결정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원하는 것을 향해 제대로 나아갈 수 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수 영, 전성민 지음, 도서출판 루이앤휴잇, 2013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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