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어느 날 로마 황후가 학식이 높고 지혜로운 랍비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황후는 그 랍비를 황궁으로 초대했다. 랍비는, “뚜벅뚜벅.......” 걸어와 황후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황후는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고 나서 시종이 내온 포도주도 한 잔 따라 주었다. ‘어머, 어머나....’ 황후가 이리 살펴보고 저리 살펴보아도 랍비는 생각한 것과 너무너무 달랐다. 키가 작고 볼품없는 몸매에다가 얼굴도 너무너무 못생겼기 때문에. “선생, 선생의 높은 학식과 깊은 지혜는 못생긴 그릇에 담겨 있군요. 호호 호호호.......” 황후가 비아냥거렸지만 랍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물었다. “이거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허허허. 그런데 황후 폐화, 황궁에서는 이 포도주를 어디에 담그시는지요? 모두가 하는 대로 포도주는 나무통에 담그지요.” 황후가 대답하자 랍비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런, 세상에 황후 폐하, 천하를 지배하면서 호령하는 대로마의 고귀한 황제 폐하와 황후 폐하께서 드시는 포도주입니다. 그런데 어찌해서 천한 백성들이 하는 것처럼 보잘것없는 나무통에 담근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무슨 다른 방법이 있단 말이오?” “있다마다요, 황궁에는 금과 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들은 다 어디에 쓰실 겁니까? 그것들로 금 항아리와 은 항아리를 만들어 거기에 포도주를 담그시면 더 좋고 맛있는 포도주를 품위 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황제 폐하께서 드시는 포도주를 백성들이 하는 것처럼 나무통에 담글 수는 없지요. 역시 선생의 지혜는 보통 사람과 다르군요.” 황후는 즉시 금 항아리와 은 항아리를 만들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거기에다 포도주를 담그라고 명했다. 그러나 금 항아리와 은 항아리에 담근 포도주는 곧 맛이 변해서 마실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얼마 뒤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황제가 화를 버럭 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오?” “...........” 황제가 묻자 신하들은 아무 대답도 못했다. 황후의 눈치만 슬슬 살필 분이었다. “어허, 도대체 누가 금 항아리와 은 항아리에 포도주를 담그게 했는지 말 좀 해보란 말이오.” 그러자 마지못해 황후가 나서서 말했다. “황제께서 드시는 포도주이옵니다. 그래서 금 항아리와 은 항아리에 포도주를 담그면 폐하의 품의에 어울릴 것 같아서 제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사옵니다.” “품위라고요? 쯧쯧쯧........., 보세요 황후. 포도주는 나무통에 담가야 제맛이 나는 것이오. 포도주를 금 항아리와 은 항아리에 담그면 맛이 변한다는 걸 몰랐단 말이오?” “.........” 아무 대답도 못한 황후는 얼굴이 빨개졌다. 황제에게 야단맞은 황후는 곧바로 랍비를 불렀다. 그러고 나서 따져 물었다. ‘이보시오, 선생. 선생은 학식이 높아서 금 항아리와 은 항아리에 포도주를 담그면 맛이 변해 마실 수 없게 된다는 걸 알고 있을 테지요?’ “네, 황후 폐하, 알고 있습니다.” “뭐 뭐라? 그런데 어찌해서 나에게는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 준 게요?” 화가 난 황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랍비는 침착하게 말했다. “황후 폐하, 나쁜 뜻으로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저는 아주 값지고 귀한 것이라 해도 보잘것없는 그릇에 담아 두는 게 오히려 더 좋을 때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어머, 어머나, 뭐 뭐라......” <탈무드>에 실려 있는 가르침이다. 귀한 것은 오히려 보잘것없는 그릇에 담겨 있을 때 더더욱 빛이 난다는 이 세상에는 보잘것없는 존재란 없다는 귀한 가르침이다. “뚝배기보다 장맛이 좋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겉모양은 보잘것없으나 내용은 훨씬 훌륭하다는 말이다. 겉만 보고 속 내용까지 판단한다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니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인성이야기, 박민호 엮음, 도서출판 평단, 2016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