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리와 물
신이 송사리에게 유대교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했다. 하지만 송사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아예 가치가 없다며 도통 관심을 쏟으려 하지 않았다. 이에 신은 송사리가 살고 있는 개울의 물을 없애버렸다. 송사리들은 몸을 파닥거리며 괴로워했다. 잠깐이긴 했지만 정말로 죽을 고생을 한 송사리들이 신에게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신이 다시 물을 주자, 송사리들이 말했다. “살면서 필요한 것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물가에 여우가 와서 송사리들을 놀렸다. “이 녀석들아, 너희는 왜 그렇게 좁은 시내에서 쓸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거지? 그러지 말고 한번 올라와보지 그래. 여기는 먹을 것도 많고 놀 곳도 많다고” 이에 송사리들이 여우를 향해 말했다. “어림도 없는 소리하지 마. 우리는 물속에서만 살 수 있단 말이야.” - 곁에 두고 읽는 탈무드, 이즈미 간지 지음, 성윤아 옮김, ㈜홍익출판사, 2016 참고문헌
보이지 않지만 필요한 것들
위의 이야기 속에서 송사리는 유대인을 가리키고, 물은 유대교를 의미한다. 나는 일본인으로 태어났지만 유대교를 공부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유대인들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었다. 유혹이 많은 육지의 세계를 버리고 송사리가 되어 물속에 뛰어든 것이다. 이를 땅에서 내려다보는 여우와 같은 타민족에게 유대인은 엄격한 계율의 틀에 따라 생활하며 인생의 진짜 즐거움을 포기한 이상한 사람들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물속의 송사리를 비웃는 여우의 시선일 뿐이다. 유대인들은 직업정신에 투철하다. 그래서 한번 시작한 직업을 천직이라 여기며 평생을 성실히 일하는 유대인들이 많다. 그러면서 종교활동에도 전력을 다한다. 일요일에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세 차례 기도를 드리기 위해 시너고그에 가고 금요일 저녁부터는 시너고그의 안식일(Sabbath) 기도와 이웃들과의 회식모임에 나가고 토요일에도 아침부터 점심이 지나서까지 시너고그에 다녀온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키파’라 불리는 모자를 항상 써야 하며, 엄중하게 제한하는 식사의 규칙도 지켜야 한다. 그들은 주로 자기 땅에서 생산해 낸 채소, 곡물, 콩과 과일을 먹는데 외식은 전혀 하지 않고 이교도와 식사를 함께하지도 않는다. 영화를 보거나 스포츠에 빠지는 일도 없다. 종교활동에 너무 바빠서 그럴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일을 하면서 할 수 없이 회식이나 파티에 참석해야 할 때는 외부의 물을 먹을 수는 있다. 물론 모든 유대인이 이렇게까지 엄격하게 계율을 지키는 건 아니다. 좀 더 자유롭게 행동하는 유대인도 있고 아예 전혀 지키지 않는 유대인도 많다. 하지만 금욕과 절제라는 계율에는 모두들 큰 차이 없이 지켜나간다. 유대교를 만나게 되면서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 하나 있다. 나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이 마음의 눈으로 보지 않고 살아왔는가에 대해서이다. 모든 인간은 송사리와 같은 존재다. 육지에 있는 인간은 예금통장의 숫자, 오르고 내리는 주식의 상황, 살고 있는 주택의 크기, 매일 먹는 음식의 차이 등 눈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쏟는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면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들, 즉 종교, 인간관계, 부부애, 가족애, 동포애 등이 없다면 물고기가 물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것과 같이 목숨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유대교가 엄격한 계율로 신작들을 속박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하여금 더 진한 마음으로 의식하고 더 소중히 여기게 만들기 위함이다. 유대인이 보이지 않는 것들 중에서 소중히 여기는 분야가 몇 가지 있는데 예술, 학문, 음악이 그것이다. 유대인 중 이러한 분야에 세계 최고의 인물들이 많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 곁에 두고 읽는 탈무드, 이즈미 간지 지음, 성윤아 옮김, ㈜홍익출판사, 2016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