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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와 만나라

by santa-01 2023. 9. 28.

홀로코스터
홀로코스터

'또 다른 나'와 만나라

작가를 꿈꾸던 열일곱 살 소년이 있었다. 그는 약국 배달원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삶에 절망했다. 그에게 미래란 없어 보였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희망도 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살을 결심한 그는 약국에서 수면제를 훔쳐 실행에 옮겼지만, 아버지에게 그만 들키고 만다. 삶을 마감하려는 어린 아들과 이를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아버지, 이 얼마나 슬픈 장면인가. 가난한 직장인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시드니, 넌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잖니?” “그건 어제 이야기예요.” “그럼, 내일은?” “?”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인생이란 소설과도 같단다. 그만큼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고, 삶 여기저기에 깜짝 놀랄만한 일들이 숨어 있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페이지인 셈이야. 따라서 페이지를 다 넘기기 전까지는 누구도 자기 인생을 알 수 없단다. 나는 네가 너무 빨리 책을 덮어 버리는 걸 보고 싶지 않구나. 네가 다음 페이지에 쏟아져 나올 수많은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무엇보다도 네 인생의 페이지는 네가 직접 써야 한단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의 설득과 권유로 또 다른 삶을 준비한 소년은 인생의 첫 시련을 마지막 기회 삼아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그가 바로 추리소설의 거장 시드니 셀던이다. 알다시피, 시드니 셀던은 6편의 연극 극본과 200여 편의 드라마 대본, 25편의 영화 시나리오, 18편의 소설을 집필해 에미상(TV)을 비롯해 오스카상(영화)등 각 분야 최고의 상을 모조리 휩쓸었다.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릴 만큼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섰다. 그런 그에게 그런 불행한 과거가 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젊은 시절 그는 누구보다도 불우한 삶을 살았다. 이런 일련의 사실을 그는 죽기 2년 전 여든여덟 번째 생일에 출간한 <시드니 셀던 - 또 다른 나>라는 자서전에 고스란히 담았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성공비결을 또 다른 나와 마주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박진감 넘치고 소설 속 주인공만큼 드라마틱하고 열정 넘치는 삶의 구석구석을 면밀하게 포착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를 전전하며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받던 기억에서부터 공근 특수부대 입대 후 경험한 이야기, 자신을 퇴짜 놓은 데이비드 셀즈니 스튜디오로부터 열렬한 구애를 받은 이야기 <피터 팬>의 작가 제임스 매수 배리의 손녀 웬디와의 로맨스, 척추 디스크 탈출과 조울증에 시달리던 시절의 일까지... 그는 살면서 했던 수많은 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일로 쉰 살부터 시작한 소설 집필을 꼽았다. 생명력 넘치는 소설 속 캐릭터를 또 다른 나를 실현하는 대리만족의 도구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곳곳을 직접 헤집고 다니면서 얻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과 증오, 질투와 같은 인간의 공통적인 감정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았다. 이 모호한 경계의 또 다른 나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롤러코스터 같았던 내 인생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정말 흥미롭고, 멋진 여정이었다. 만일 내가 젊은 시절에 그대로 삶을 마감했다면 그런 경험을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게 끝까지 페이지를 넘기라고 조언한 아버지 오토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또 다른 나가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또 다른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누군가에게는 화려하고 멋진 모습일 수도 있지만, 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폐하고 어두운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리에게는 아직 살아갈 날이 무수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자신에게 모든 것이 달려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수 영, 전성민 지음, 도서출판 루이앤휴잇, 2013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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