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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부처

by santa-01 2023. 9. 24.

돼지
돼지

돼지와 부처

어느 날 조선 태조 이성계가 큰 잔치를 벌였다. “드디어 한양 새 도읍지에 도성이 완성되었소. 이 자리에 모인 무학 대사와 대신들, 모두 수고 많으셨소. 오늘은 기쁜 날이니 골치 아픈 나랏일은 접어두고 농담도 하면서 편히 즐기십시다.” 이성계가 먼저 말문을 텄다. “대사, 지금 짐이 보니 대사는 돼지로 보입니다그려.” 이성계가 건넨 농담에 대신들이 껄껄 웃었다. 그러나 무학 대사는 이 말을 듣고 눈을 껌뻑이다가 덤덤하게 말했다. “지금 소승이 보니 상감마마께서는 부처님으로 보이옵니다.” 이 말은 듣고 농담을 건넨 이성계가 당황해서 물었다. “짐은 대사를 돼지라고 했는데, 왜 대사는 짐을 부처님이라 하는 것이오?” 그러나 무학 대사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기 때문이옵니다.” 이 말은 듣고 얼굴이 하얘진 대신들은 웃음을 뚝 그치고 이성계 눈치를 살폈다. 흥겹던 잔치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는 듯이 조용해졌다. 그러나 이성계는 껄껄껄 웃었다. 이 모습을 본 무학 대사가 빙그레 웃었다. 세상 모든 만물은 본래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마음으로 보는 것이 더 진실성이 있다. 그래서 돼지의 마음으로 보면 세상 모든 만물은 돼지처럼 보이고, 부처님 마음으로 보면 세상 모든 만물은 부처님처럼 보인다. 이 말에는, “세상은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인다. 그러니 자기 기준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선입견을 버려라.” 하는 깊은 듯이 숨어 있다. 이성계, 한 나라의 임금인 자기가 졸지에 부처 아닌 돼지가 되었으니 기가 턱 막혔을 것이다. 그러나 돼지가 된 이성계는 속 좁은 돼지처럼 무학 대사에게 벌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껄껄껄 웃음으로 상황을 접었다. ‘대사가 한 말은 다 과인이 잘되라고 한 말이로다. 과연 무학 대사로다. 과인이 대사에게 한 수 배웠도다!’ 이성계는 통 크게 무학 대사의 말과 뜻을 받아들였다.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 조선을 세운 태조답게. 조선 태조 이성계(1335~1408)는 함경도 영흥 출신으로, 초자는 중결, 자는 군진, 호는 송헌·송헌거사이다. 무장으로 고려 말에는 왜구의 침입을 물리치는 등 크게 활약했다. 위화도 화 군을 계기로 개혁파 사류와 함께 고려를 무너뜨리고 1392년 왕위에 올라 그 이듬해 조선을 세웠다. 무학 대사(1327~1405)는 고려 말 조선 초기의 승려이다. 성은 박, 이름은 자초, 법명은 무학·계월헌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에 의해 왕사가 되었고, 이성계는 무학 대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삼각산 아래에 도읍을 정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인성이야기, 박민호 엮음, 도서출판 평단, 2016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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