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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노예가 되지 마라.

by santa-01 2023. 9. 1.

돈의 노예
돈의 노예

악마와 산파

어느 마을에 유대인 산파가 살고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날, 한 여인의 출산을 돕다가 귀가 늦어진 산파가 밤길을 서둘러 걷고 있자니 어디선가 새끼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촛불로 비춰보니 너무 쇠약해진 나머지 죽기 직전의 고양이가 보였다. 산파는 가지고 있던 따뜻한 우유와 담요를 새끼고양이에게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새끼고양이가 인간의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은 저는 악마입니다. 얼마 뒤에 다른 악마가 출산을 도와달라며 당신을 부를 겁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은 그들을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악마는 당신에게 일한 대가라며 엄청난 금화를 내밀 겁니다. 만일 그것을 받는다면 당신은 악마가 되고 맙니다. 그러니 그런 친절에 흔들리지 말고 늘 받던 만큼의 보수만 받으십시오. 이것이 나를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입니다.” 새끼고양이는 이렇게 말하고는 악마의 모습으로 변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밤에 산파의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산파가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남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아내가 당장이라도 출산할 것 같습니다. 서둘러 같이 가주시지요.” 한밤중이었지만 산파는 조금도 싫은 기색 없이 남자의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는 한참을 달려 낯선 저택에 다다랐고 산파는 즉시 젊은 여인의 출산을 도와 무사히 아기를 받아낼 수 있었다. “이 밤중에 먼 곳까지 와서 산모와 아기를 건강하게 만나게 해 주셨으니, 작은 성의나마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남자가 당장 하인을 불러 준비한 큼지막한 자루를 가져오게 했다. 산파가 자루를 열어 안을 들여다보니 번쩍거리는 금화로 가득 차 있었다.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온 산파는 자기도 모르게 고맙다며 손을 금화로 뻗으려다가, 예전에 만났던 고양이의 충고가 떠올랐다. “이런 큰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저 늘 받던 대로 은화 한 냥이면 충분합니다.” 은화 한 냥은 산파가 항상 받는 보수였다. 남자가 몇 번이나 금화 자루를 받으라고 권했지만 산파는 거절했고 그럼에도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도 끈질기게 권했다. “제가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드리려는 것인데 어째서 한사코 싫다고 하는 것입니까? 결국 산파는 오래전에 자신이 도와주었던 고양이한테 들은 이야기를 그에게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남자는 악마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돈의 유혹에 지지 않는 인간이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맛난 음식으로 인간을 유혹해 봐야겠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한 랍비가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 초대받아 가게 되었다. 랍비는 장례 절차에 따라 정성껏 애도해 주었다. 그러자 주인은 감사의 표시라며 지금까지 랍비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호화로운 식사에 초대했다. 그러나 랍비는 이전에 산파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기에 군침이 도는 식사에 일절 손을 대지 않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다시 몇 년이 지난 후에 같은 마을에서 할례 수술을 도맡아 집도하는 모헬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그런데 그는 구두쇠로 유명한 사람으로 자기 직분에 따라 열심히 일하면서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니 기부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념 아래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가 할례 수술을 하기 위해 향한 곳은 멋진 성이었는데, 담요에 쌓인 남자아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성껏 할례 수술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주인이 금화가 가득 든 자루를 내밀었다. 모헬이  이를 사양해도 주인은 성의의 표시라며 거듭해서 떠맡기다시피 강권했다. 하지만 예전에 랍비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기에 그는 끝내 사양했다. 그러자 주인이 악마의 모습으로 변해서 이렇게 말했다. ”너는 소문난 구두쇠인데, 나의 유혹에 지지 않으니 내가 이쯤에서 포기하겠다. 하지만 충고 하나만 하겠다. 앞으로도 계속 이웃을 외면하고 너 혼자만 잘 산다면 어를 막의 세계로 끌고 가겠다. 모헬이 마을로 돌아와 랍비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랍비는 악마의 말이 옳다며 이제 여생을 타인을 배려하고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되라고 충고했다. 모헬은 이에 크게 깨닫고 이후부터 열심히 선행을 베푸는 진정한 이웃이 되었다. - 곁에 두고 읽는 탈무드, 이즈미 간지 지음, 성윤아 옮김, 홍익출판사, 2016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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