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자에 비해 기혼자의 사망률이 눈에 띄게 낮은 이유는?
결혼 생활에 관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연구 조사가 있어서 여기에 소개할까 한다. “제 아내는요, 주부 경력이 벌써 몇 년째인데 요리 실력은 늘 줄 모르고 청소도 안 해서 집 안이 완전 난장판이에요. 도대체 온종일 집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우리 집 아저씨는 또 어떻고요. 아주 원수가 따로 없다니까요. 무슨 전생에 말 못 해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한시도 입을 다물 줄 몰라. 구시렁구시렁 말은 얼마나 많고 잔소리는 또 얼마나 해대는지....., 내가 스트레스가 쌓여서 살 수가 없어요. 아이고, 이러다 내가 화병으로 쓰러지지.” 결혼한 사람은 자리를 깔아주면 이런 식으로 자기 배우자에 대한 불만을 마구 쏟아낸다. 자기 아내나 남편을 좋게 말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심지어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많은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릴 정도다. 눈에 씌어 있던 콩깍지가 결혼하는 순간 벗겨지며 상대방의 단점만 눈에 들어와 스트레스가 쌓이는 걸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니 결혼 생활로 스트레스가 기혼자의 수명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걸까? 그러나 사실은 이런 통념과 상당히 다른가 보다. 이와 관련된 통계에 따르면 현실은 정반대다. 한마디로 말해 ‘결혼한 사람이 오래 살 수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 예일대학교 리사 바크먼 교수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앨러미다 카운티의 성인 6,928명을 대상으로 9년에 걸쳐 사망률을 조사했다. 이 연구로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독신자보다 기혼자가 사망률이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남성은 독신자와 비교하면 결혼한 사람의 사망률이 눈에 띄게 낮게 나타났다. 결혼하면 이것저것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일이 많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내 한 몸 건사하면 그만인 독신이 훨씬 홀가분하고 편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역시 배우자가 버팀목이 되어주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또 독신자는 맛볼 수 없는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의 묘미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보면 이번 연구는 결혼이 절대로 인생의 무덤이 아닐 뿐 아니라 좋은 일이 더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아닐까 싶다. 정말로 결혼이 정신적으로 나쁜 일이라면 결혼제도는 오늘날까지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져 구시대의 유물로 남지 않았을까. 해로움보다 이로움이 더 많기에 인류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유지해 왔다. 결혼식에서 혼인 서약을 할 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시겠습니까?”라는 주례의 질문에 답은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라는 말이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88가지 심리실험,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서수지 옮김, 주노 그림, 사람과 나무사이, 2020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