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놓고 간 돈
도둑이 밥솥을 훔치러 왔다가 너무 가난한 것을 불쌍히 여겨 밥솥에다 큰돈을 놓고 갔다. 그러면 그 돈을 써야 하나? 아니면 주인인 도둑에게 돌려줘야 하나? 돈을 돌려준 분이 있다. 바로 순조 때 홍기섭이다. 홍기섭은 조선 후기 문신으로 본관은 남양이다. 그는 젊었을 때 매우 가난했다. 하루는 아침에 여종이 뛰어와서 돈 일곱 냥을 바치면서 “이것이 솥 안에 있었습니다. 이만하면 쌀이 몇 섬이고 나무가 몇 짐입니다. 하늘이 주신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놀라서 “이것이 어찌 된 돈인가.”하고, 돈 잃어버린 사람은 찾아가라는 글을 써서 대문 앞에서 붙였다. 다음 날 유 씨라는 사람이 찾아와 대문에 붙인 글의 뜻을 묻자 홍기섭이 사건의 전말을 소상하게 말해 주었다. 유 씨가 “남의 솥 안에다 돈을 잃어버릴 사람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참말로 하늘이 주신 것인데 왜 쓰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유 씨가 꿇어 엎드리며 “소인이 어젯밤 밥솥을 훔치러 왔다가 너무 가난한 것을 보고 불쌍히 여겨 이 돈을 놓고 갔습니다. 지금 공께서 고결하며 탐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을 보고 감복되어 양심이 저절로 일어나 도둑질을 안 할 것을 맹세하고 앞으로는 늘 옆에서 모시기를 원하니 걱정 마시고 이 돈을 취하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 홍기섭이 돈을 돌려주면서 “당신이 선량한 사람이 된 것은 좋으나 이 돈은 가질 수 없소.”하고 끝끝내 받지 않았다. 홍기섭은 훗날 지금의 법무부 장관인 형조판서가 되었고 황해도 관찰사를 역임했다. 그의 아들 홍재룡은 헌종의 장인인 익풍 부원군이 되었다. 돈을 솥에 넣어두었던 유 씨도 신임을 얻어 집안이 크게 번창했다. 이 가슴이 뭉클한 이야기가 『명심보감』에 실려 있다. 이 전설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기섭의 고결한 인품과 청렴함이 도둑을 감복시켜 새사람이 되게 했고, 자신은 물론 자손들도 영화를 누렸다. 은행에 돈을 저축하듯이 청렴을 자꾸 저축하면 자신과 자손들이 큰 복을 받고 나라가 발전한다. - 선비의 보물상자, 김상홍, 고반, 2014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