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결승점은 어디입니까?
요즘, ‘꿀복근’이란 애칭으로도 불린다는 ‘식스팩’은 강한 남자 혹은 섹시한 남자의 결정적 상징입니다. 얼마나 유행인지 ‘식스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상반신을 노출한 채 허공을 째려보는 몸 좋은 남자의,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이 자동으로 연상될 정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그런 근육질 몸이 별로야’ 같은 발언을 괜한 질투나 콤플렉스의 표출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근육질 몸매를 사진집으로 만들어 일본에서만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는 한류스타 배용준의 경험담은 식스팩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보디빌딩 직후에 몸은 절대 일상적으로 유지 못한 답니다. 하루에 5시간 운동하고 나머지 시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아야 유지되는 몸매라는 거지요. 원조 몸짱의 한 남자 배우는 조각 같은 몸매를 드러내야 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 3일 동안 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지요. 수분을 섭취할 경우 미세한 잔 근육들이 풀어지기 때문이랍니다. 이쯤 되면 식스팩은 강한 힘이나 섹시함의 상징이 아니라 중환자실 근육에 가깝습니다. 최소한의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첨단기기가 동원돼야만 하는, 무기력의 극단적 표상인 중환자실 풍경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본인은 마지막 순간의 휘황한 불꽃을 위해 인내하는 것이라 믿는 일이 실상은 겨우 중환자실 근육에 불과한 무언가를 향해 치열하게 내달리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주의의 재촉이나 자기 조급함으로 인해 과정에만 몰두하다가 최종 목적지가 어디였는지 깜빡하는 경우, 왜 한 번씩은 있잖아요, 저는 식스팩을 가진 남자들을 볼 때마다 그런 경우들이 먼저 생각나곤 합니다. - 홀가분, 정혜신·이명수 글, 전용성 그림, 해냄,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