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천하를 통일하겠습니까?
어느 날 양나라 혜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돌아갈 것 같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천하는 반드시 통일될 것이옵니다.” 혜왕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여러 제후 중에서 누가 천하를 통일하겠습니까?” 맹자가 다시 대답했다.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제후가 천하를 통일할 것이옵니다.” “그 이유가 뭡니까?” “땅은 갈고 뿌린 곡식의 씨앗은 싹을 틔우옵니다.” 날이 가물면 싹은 마르고 하늘이 먹구름을 일으켜 충분하게 비를 내리면 말랐던 싹이 쑥쑥 자라나이다. 이렇게 자라는 싹의 기세를 누가 막을 수 있겠사옵니까. 오늘날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임금이 없사옵니다. 영토를 늘리려는 욕심에 백성들을 전쟁터로 내몰아 죽게 만들고, 온갖 부역에 백성들을 동원해 지쳐 죽게 만드나이다. 그러니 백성들은 언제 죽을지 몰라 불안에 벌벌 떨고 있사옵니다. 만일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임금이 있다면 마치 물이 낮은 데로 흘러가듯 온 천하 백성들이 그 임금에게로 몰려갈 것이옵니다. <맹자> <양혜왕 편 하>에 실려 있는 맹자의 가르침이다. 패도, 즉 힘의 정치는 단기적으로 보면 효율적으로 백성을 제압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백성의 저항과 반발을 일으켜서 오히려 혼란과 사회적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인정, 즉 너그러움의 정치는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광범위한 백성의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맹자가 살았던 중국 전국시대에는 철의 확산으로 생산력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그래서 제후들 사이에 치열한 영토 쟁탈전이 벌어졌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혼란한 시대에 맹자는 제후국들을 두루 돌아다니며 각국 군주들에게 너그러움의 정치인 ‘인정’을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사람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착하지만 나쁜 환경이나 물욕으로 악하게 된다는 ‘성선설’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잔혹한 군주는 임금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폭군은 임금의 자리에서 내쳐도 좋다고 역설했다. 또한 백성을 군주 위에 두는 ‘민본주의’와 영토를 넓히려는 군주의 욕망보다 백성의 삶이 우선해야 한다는 ‘위민정치’를 제시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인성이야기, 박민호 엮음, 도서출판 평단, 2016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