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와 '미녀와 야수' 어느 쪽이 더 좋은 궁합일까?
사람 사이의 좋고 나쁨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해 ‘궁합이 좋다. 나쁘다’로 말한다. 궁합은 타인과의 교제방법, 어렵게 말하면 관계성의 기본에 해당한다. 코미디 TV프로그램에서 ‘필링이 통한다’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 말은 궁합을 나타내는 말이다. 궁합이 좋으면 큰 노력 없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사이가 쉽게 가까워진다.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면 자신들의 궁합이 잘 맞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다라서 사이가 안 좋을 때는 ‘궁합이 나쁘니 어쩔 수 없지’라면 스스로를 납득시키기도 한다. 앞으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 혹은 현대 당신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궁합이 궁금할 것이다. 상대와 자신의 궁합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람과 친해지지 못할 때, 막연히 ‘궁합이 나빠서’라는 한마디로 끝낼 게 아니라 궁합을 좋게 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수도 있다. 이론상으로는 어떤 상대와도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궁합은 ‘유사성’과 ‘상호보완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궁합의 좋고 나쁨에는 유사성의 비중이 상호보완성보다 크게 작용한다. 유사성이라는 것은 요컨대 공통점이자 공통적인 성향을 말하는 것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사이가 좋아지기 쉬운 것은 당연하다. ‘끼리끼리 모인다’라는 말도 있듯이 말이다. 유사성의 요인으로는 사람에 관한 모든 사랑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보면 성별, 출신지, 출신학교, 용모, 체격, 패션의 기호, 직업, 능력, 성격, 사고방식, 취미, 음식의 시호 등 모든 것이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가지라도 공통점이 있다면 좋은 관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성보다는 동성끼리가 더 친해지기 쉽다. 같은 성별이 관계 조성을 하는 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성끼리의 사랑은 동성끼리의 우정보다 어려운 것이다. 또 우연히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진 적을 알게 되면, 서로 그 취미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마음도 열리는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어느 사이엔가 조금씩 친해지는 것은, 같은 일을 함으로써 공통적인 경험이 늘어나거나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차이점만 부각돼서 보이면, 서로에게 소원해지거나 업무상의 교제로 그치고 만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업무상의 관계마저도 무너질지 모른다. 한편 두 인물 사이에서 유사성 요인 중 어느 것이 강하게 작용하느냐는 서로가 무엇을 필요로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컨대 서로 ‘대화 상대가 필요하다’가 목적이라면 성격이 비슷한 사람,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끼리가 좋다. 또한 일을 같이 진행할 때는 능력이 비슷하다는 점이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그래서인지 업무상의 파트너를 고른 실험에서 자신과 능력이 비슷한 상대를 고르는 사람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데이트 상대 고르기’라는 실험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용모 외의 다른 면에서도 자신보다 상위 순위의 사람을 고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어울리는 사람을 고른 경우가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라는 당연한 결과가 나온 실험도 있다. 이것을 ‘매칭 이론’이라고 하는데,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궁합이 좋은 상대라는 얘기가 된다. 유사성의 요인이 적은데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공통의 취미를 찾거나 같은 일을 해서 공통의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궁합의 또 하나의 요소인 ‘상호보완성’이란 남자와 여자처럼 서로 달라도 조합해서 딱 들어맞으면 되는 것이다. ‘느긋한 사람과 성급한 사람’‘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신경질적인 사람과 낙천적인 사람’ 그리고 ‘미녀와 야수’등의 조합이 있다. 기호(남녀 간)가 정반대로 보이는 관계 조합인데도 서로 사이가 좋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쪽은 유사성이 아니라 상호보완성의 원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상호보완성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에서는 남녀커플은 지배 욕구와 보호 욕구에 대해서 상호보완적인 쪽이 유사한 쪽보다 더 오래간다는 것을 알았다. 남성 쪽은 ‘여성을 지배하고 싶다’, ‘여성 쪽은 남성에게 보호받고 싶다’라는 식으로 반대 욕구를 갖고 있는 쪽이 커플로서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물론 지배 욕구를 가진 여성과 보호 욕구를 가진 남서의 조합도 좋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지배욕구를 갖고 있다거나, 서로 보호 욕구가 강한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가 힘들다. 현재 자신과 궁합이 나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유사성이나 상호보완성 중 어느 쪽의 원리가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파악해 보자.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좋은 인간관계 만들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상대의 심리를 읽는 기술, 시부야 쇼조 지은이, 은영미 옮김, 아라크네, 2010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