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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젊은 선비

by santa-01 2023. 9. 24.

소

고개 숙인 젊은 선비

어느 맑은 날이었다. 젊은 선비가 친구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얼마쯤 가다 들판을 지나 언덕 소나무 그늘에 들어가 앉아 쉬었다. 살랑살랑 불어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쪽에 밭이 있고, 늙은 농부가 누렁소와 검정소 두 마리를 함께 쟁기에 매어 밭을 갈고 있었다. 땀을 식히고 그늘에서 나온 선비가 농부에게 물었다. “영감님, 그 소 두 마리중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합니까?” 대답은 않고 하던 일을 멈춘 농부가 성큼성큼 선비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선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농부는 선비를 데리고 선비가 쉬던 언덕 소나무 그늘로 갔다. 소나무 그늘에 숨어 고개를 쭉 빼고 소들을 살핀 농부가 선비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저 두 마리 소 중에, 약해 보이는 누렁소가 부지런하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 일도 더 잘합죠. 그런데 검정소는 덩치만 크지 게으르고 꾀만 부린답니다요.” 이 말은 듣고 선비는 기가 턱 막혔다. “아니, 영감님 그까짓 게 무슨 비밀이라고 여기까지 와서 내게 귀엣말을 하는 겁니까?” “선비님, 그게 아닙니다요.”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제 흉을 본다면 좋아할 까닭이 있겠습니까요? 저 두 녀석은 일을 잘하건, 못하건 애써 내 집일을 해주는 녀석들입죠. 그런데 검정소가 못된 녀석이라고 대놓고 떠벌여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한 겁니다요.” “!” 늙은 농부가 한 뜻밖의 말에 젊은 선비는 고개를 푹 숙이며 감탄사를 툭 내뱉었다. 부끄러워서. 이 젊은 선비가 바로 훗날의 황희(1363~1452)정승이다. 황희는 보잘것없는 늙은 농부의 사려 깊은 말과 행동에 감동을 받아 크게 깨닫고 자기 처세에 큰 거울을 삼았다. 그런 뒤부터 황회는 세상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는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하고, 남의 잘잘못을 가리는데 신중을 기했다. 이렇게 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게 말 한마디에도 조심, 행동 하나에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호가 방촌인 황희는 고려의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과 조선을 세운 임금인 태조, 그리고 정종, 태종, 세종까지 다섯 임금을 모신 어진 신하이며 청백리로서 오늘날까지 그 이름을 널리 떨치고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인성이야기, 박민호 엮음, 도서출판 평단, 2016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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