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끌기 위한 밀당의 단어, 잠깐만요”
<일부러 끝맺지 않으면 오래 기억한다 : 자이가르닉 효과>
“발표를 해야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나요?” “연속 두 시간 강의를 해야 하는데, 수강생들이 지루해할까 봐 걱정입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나 강의를 하게 된 이들이 주로 문의하는 내용이다. 내가 강의 평점 만점을 받고 앙코르 강의 요청이 쇄도한다는 걸 익히 아는 이들이 노하우를 알려달라며 묻곤 한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 사람은 특히 듣는 사람들의 집중도와 호응도에 유의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말씀, 유익한 정보를 전달한다고 해도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지루해서 하품이 나오면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강조하는 건 이거다. “중요한 말일수록 한 번에 다 하지 말라.”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두어야 강의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다.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자이가르닉 효과는 완성하지 못한 일이 쉽게 잊히지 않는 심리 현상을 말하는데 흔히 ‘미완성 효과’라 불린다. 1927년 리투아니아 출신의 여성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은 아주 우연히 이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지인들과 함께 베를린의 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려던 참이었다.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는 식당에서 웨이터 한 명이 손님의 주문을 메모도 하지 않고 받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자이가르닉은 의문을 품었다. ‘웨어터 한 명이 이 많은 손님들 주문을 어떻게 다 기억하는 거지?’ 손님들 수도 많았지만, 각각의 손님들이 주문하는 메뉴가 수십 가지에 이르렀다. 아차 하는 순간에 주문을 잊거나 헷갈리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웨이터는 주문대로 척척 정화하게 음식을 내왔다.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그러나 이내 웨이터의 놀라운 기억력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그 비밀이 풀렸다. 마침 식당에 소지품을 두고 나온 자이가르닉은 물건을 찾으러 식당에 다시 들어섰다. 그러곤 아까 그 웨이터에게 다가가 말했다. “좀 전에 이 테이블에 있었는데, 저 기억하시죠?” 그러자 놀랍게도 웨이터는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바로 여기에 비밀의 열쇠가 있다. 웨이터는 주문을 받은 후 음식을 내오기까지 주문 내용을 기억하지만, 음식을 내오고 나면 즉시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어떤 일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기억이 잘 지워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효과는 TV 드라마에서 유독 잘 활용된다. 대개의 드라마들은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 순간에 그 회 차가 끝난다. 그러곤 다음 회 차 예고에 방송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에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중단해 버리면 시청자들 마음이 어떨까? 궁금해서 안달이 날 것이다. 궁금해하는 에피소드가 마무리되지 않고 멈췄으니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드라마에 대한 기억은 오래갈 것이다. 이 효과는 강의나 발표를 할 때도 사용 가치가 매우 높다. 중요한 부분을 말할 때 한 번에 다 말하지 말고 중간에 한 호흡 멈추어 일부 궁금증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이 기대하고 계신 것을 소개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아, 잠깐만요.” 그러면 사람들이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장시간 강의를 할 때는 수강생의 호응도가 관건이다. 이때는 강의를 몇 등분하여 각각의 소 결론이 나오는 순간 이렇게 말하자. “이 부분의 결론을 말씀드리기 전에, 잠시만요.” ‘잠시만요’라는 말과 함께 뜸을 들이면 사람들은 궁금증 때문에 긴장하게 되고, 상대의 말에 더 몰입한다. 자, 발표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을 첫술에 배부르게 하지 말자. 조금씩 야금야금 밀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 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사람들의 비밀, 오수향 지음, 이러스북, 2018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