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빌려주고 싶다’
한 남성이 보기에 자신의 파트너는 ‘잘 느끼는’ 편이랍니다. 동일한 상황에서도 정서적으로 자신보다 훨씬 많은 걸 향유한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연극을 함께 가면 공연장 공기가 유쾌해질 정도로 깔깔거림이 유난하고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 저 홀로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제주올레 같은 좋은 풍광 속에선 동행자에게 ‘참 좋다. 그렇지?’를 종달새처럼 반복한다나요. 그러니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오죽하겠어요. 상대방의 희로애락을 투명한 여과지처럼 있는 그대로 흡수하는 것으로 느껴진다네요. 자의식의 예민도가 지나쳐 마음에 구김살이 조금씩 잇는 그 남성에게 그녀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내 마음을 빌려주고 싶다’랍니다. 마음을 빌린다는 게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제는 공중급유 받듯 파트너로부터 가끔 마음을 빌려와 편안할 때도 있다는 게 그 남성의 은밀한 고백입니다. 약간의 오해와 편견의 혐의가 있는 고백이긴 하지만 그 남성의 파트너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마음을 빌려준다는 것은 치유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제가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치유자로서 기능하는 면이 있다면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 제 마음을 빌려주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잘 느끼는’ 제 심리적 곳간에서 비롯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홀가분, 정혜신·이명수 글, 전용성 그림, 해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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